일러스트 _ 임피니티
적 소비의 진실과 거짓, 그리고 실천에 대한 헤비급 개론.
- [기획 1] 나는 윤리적 소비다 – 그 때 묻은 배경부터 국내 현황까지 윤리적 소비의 재발견
- [기획 2] 윤리적 소비는 양의 탈을 쓴 늑대? – 그 뒷면의 불편한 진실, 그는 한없이 착한 것은 아니었다
- [기획 3] 세상을 구하는, 소비의 슈퍼맨이 되는 법 – 윤리적 소비 캠페인 단 ‘보라’가 꼬집은 행동 강령들
지난 9월, 뜨겁게 달아오른 ‘이마트 피자’에 대한 논쟁이 ‘윤리적 소비’라는 논제로까지 이어진 적이 있었다. “소비는 이념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정용진 부회장(신세계)의 글에 조국 교수(서울대)는 한 신문 칼럼을 통해 “윤리적 소비 운동을 벌여 오만한 대기업에 본때를 보여주자!”라고 호소했다. 이에 공병호 소장(공병호 경영연구소)이 개인 블로그를 통해 조국 교수의 의견을 재반박하며 논쟁이 확대된 적이 있었다. 이마트에서 상품을 산다고 무조건 나쁜 소비라 할 수 있는 걸까?
사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논쟁은 최근의 일도, 국내에 한정된 현상도 아니다. 2004년 출간된 애덤 스미스 재단의 공정무역에 관한 보고서는 “소비자들은 제품의 질과 가격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것일 뿐, 윤리적 양심에 따라 사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윤리적 소비자에 대한 사례연구(홍연금,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2009)’라는 논문에서도 윤리적 소비의 동기는 환경과 사회를 위한 이타적 의미보다 개인적 상황이나 이익 추구가 더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윤리적 소비, 혹은 착한 소비가 말 그래도 윤리적이고 착한 소비일까? 자유무역보다 제3세계 국가의 농민들에게 당장 한 푼 더 돌아간다고 무조건 착한 무역이라 부를 수 있을까?
공정무역은 양의 탈을 쓴 악마일 수 있다
윤리적 소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공정무역은 전혀 공정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공 정무역의 태동이 본래 자급자족하던 제3세계 농민들을 세계시장 체제에 예속시켜 농업을 국제 분업화시켰다고 비판하는 것. 공정무역이 빈곤층 생산자에게는 ‘착한’ 일일지 모르지만,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때문에 환경주의자에게는 ‘착하지 않은’ 일일 수 있다. 천규석 농민운동가는 <천규석의 윤리적 소비>(실천문학사, 2010)라는 책을 통해 공정무역의 대상인 커피, 사탕수수, 카카오, 설탕 등 대규모 단작농업에 의존하는 기호식품 생산이 유럽의 식민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결국 토착 지역의 자급 구조를 붕괴해 오늘과 같은 경제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경제학자들은 공정무역이 시장경제를 해치고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요와 공급에 의한 시장 가격을 무시하고 임의로 특정 상품의 가격 하한을 정하는 것은 부작용이 더 클 거라 보는 것이다. 만일 커피재배 농민들이 공정무역을 통해 인위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는다면, 생산자는 커피 생산을 늘릴 것이고 이는 초과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커피농장이 증가하면 기형적인 농업구조가 지속되고, 공정무역은 이를 더욱 공고화시킬 위험이 존재한다.
착한 가면 뒤에 숨은 기업의 착하지 않은 의도
공정무역의 인기와 함께 공정무역 상품이 상표화되면서 스타벅스, 네슬레, 테스코 등의 다국적 기업들마저 잇따라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시장에 뛰어들었다. 빈곤국가의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친환경 제품이라고 내거는 기업은 도덕적인 바른 이미지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이른바 큰 손들의 시장확대와 마케팅의 수단으로 윤리적 소비의 이름이 더럽혀질 수 있다는 논란도 거세다. 진정으로 생산 농민들을 걱정하고 돕기보다는, 제품의 극히 일부만을 공정무역 형태로 수입하면서 이를 전부라 치장, 홍보하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운동이 그야말로 장삿속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전략적 접근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의욕만 앞서 그린워싱(Greenwashing)의 우를 범하기도 한다.
| 그린워싱(Greenwashing) |
|---|
| Green + White Washing(세탁)의 합성어. 기업, 정부, 단체들이 실질적인 친환경 정책이나 경영과는 거리가 있음에도, 겉으로는 환경친화적인 정책이나 친환경 이미지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말한다. 1991년 잡지 <Mother Jones> 의 3/4월 호에 처음 등장한 이후 통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그린워싱의 형태는 크게 7가지로 분류된다. △숨겨진 정보(Hidden Trade-Off) △증거 불충분(No proof) △애매함(Vagueness) △무관함(Irrelevance) △유해제품 정당화(Lesser of two evils) △거짓말(Fibbing) △허위표시숭배(Worship of false levels) |
자급만이 살 길이라는 목소리

공정무역을 통해 윤리적 소비의 허상을 일찌감치 깨닫고 새로운 대안을 주장하고 준비하는 움직임도 있다. 케냐의 ‘ABLH(The Association for Better Land Husbandry)’는 무역 대신 자급을 목표로 지난 94년에 설립되어 수천 명의 소농이 지역 생산물로 자급과 동시에 유통 판매하고 있다. 태국의 대표적 공정무역 지역인 로이에(Roi-et) 또한 다국적 자본의 유입으로 피해를 본 뒤, ‘판마이’라는 대안 기업을 만들었다. 전통 유기농업과 직조기술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조합을 결성한 것. 이는 천규석 농민운동가가 주장하는 소농공동체 자급자족의 개념과도 상통한다. 자급 자치적 소비보다 더 높은 윤리적 소비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언제나 ‘무조건적인 신봉’은 위험한 행태를 낳을 수 있는 법. 윤리적 소비가 그저 공정무역의 제품만을 구입한다고 성사되는 작은 개념이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인, 세계의 균형적인 경제를 고려한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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