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1] 폐쇄와 개방 사이, 삼삼한 미국 대학 제도 – 한국과 같은 듯 다른 제도적 차이 솎아내기
- [기획 2] 직업이라 쓰고, 전쟁이라 읽는 이유 – 현지의 취업 실태와 직업관, 그 보편적이고 불편한 현실에 대하여
- [기획 3] 한국 vs 미국, 연애관 배틀 – 음지에서 드러난, 시시콜콜 한국과 미국 대학생의 연애관 Q&A
- [기획 4] 대학별 별별 대외 활동 가이드 – 벤치 마킹하면 좋을, 미국 대학의 대외 활동의 모든 것. – coming soon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천차만별이다. 그 가운데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국 대학생의 공통점이라면, ‘직업’과 ‘고난’을 동의어로 생각한다는 점. 현실적으로 화려한 ‘스펙’으로 중무장해야 할 전쟁터인 취업 선상에서 직업의 만족이나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미국 대학생의 취업 현황부터 ‘취업난’에 대처하는 자세까지, 뜯고 파헤치고 건져 냈다.
사진 엄정식/제17기 학생 기자(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황덕현/제17기 학생 기자(부산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경제 대국 미국에서도 취업은 전쟁이어라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관용구가 통용되던 때가 있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횡행할 정도였다. 하지만, 2011년을 사는 미국인들은 경제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다. 외국인의 취업 문턱 역시 한없이 높아졌다. 과거에는 비교적 발급이 용이했던 ‘취업 비자’도 이제는 기업이 수만 달러를 들여 지원해야 발급이 가능해졌다.

대단히 뛰어난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야 외국인이 미국에서 직업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그 때문에 유학생들은 진로를 선택할 당시,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어요. 상당수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서 취업하거나, 직접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 김무늬(23세, SVA 시각디자인, 광고 전공)
실제로 많은 유학생이 ‘비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당장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가 없기 때문이다. 취업 비자의 문이 좁아지고, 영주권을 받기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유학생들은 다양한 자구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경제학을 전공한 김영상(유타주립대 경제학 전공) 학생은 “전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이곳에서 취업하는 것은 어렵지만, 학생으로서 장학금을 받는다면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전문성을 갖추게 되면, 취업의 문도 넓어지겠죠.”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인과 결혼하거나, 영주권을 받기 위해 ‘학사 장교’에 지원해 미군에 입대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유학생들에게 ‘비자’야 말로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그렇다면 미국 현지인은 어떨까? 대답은 ‘쉽지 않다.’였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직업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제가 전공하는 패션은 경기의 영향을 받아 신입사원을 잘 뽑지 않는 실정이죠. 그래서 저는 여러 가지 인턴 활동을 통해 경력과 실력을 쌓으려고 해요.
- KIA(20세, FIT 패션 머천다이징 전공)
비자의 유무와 관계없이, 미국 내에서의 취업은 그리 쉽지 않았다. 많은 미국 대학생들도 한국 학생처럼 취직되지 않아 졸업을 유예하거나, 취직을 위해 휴학 하며 자기 발전에 힘쓰는 등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었다. 미국에서의 취업 역시 일종의 ‘전쟁’이었다.
천차만별 구직 방법 한국 vs 미국
산업의 규모나 형태가 다른 만큼, 미국과 한국은 직업을 구하는 방법이나 과정도 판이하였다. 한국의 대기업은 일정한 시기를 정해놓고 ‘공채’를 통해 대단위의 인원을 선발하는 반면, 미국의 기업은 ‘지역 단위’에서 인재를 선발하는 탓에 기업 공식 홈페이지나 지역 커뮤니티에 채용 공고를 내 뽑는 게 대부분. 또한, 충원할만한 자리가 생겼을 때 구직 공고를 내는 ‘상시 채용’이 일반적인 형태였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은 대단위의 서류나 면접 전형을 통해서, 미국 기업은 회사의 미팅 룸이나 카페 등 담당자와 대화를 하며 면접을 진행하는 등의 개인화된 선발 사례가 많았다.
이 때문일까? 취업 정보를 얻는 루트도 큰 차이를 보였다. 대부분 한국 대학생들은 구직 사이트나 취업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 가입해 다양한 공채모집 정보를 얻는다. 반면, 미국 대학생들은 ‘직업상담센터’나 ‘인재개발원’ 등의 대학 내부 기관을 통해서 취직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학교에서 취직 정보를 많이 제공합니다. 경력개발원에서 늘 상시 채용을 하는 기업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기업에서 인턴을 하면 학점(크레딧)을 인정하는 프로그램도 있죠. 수시로 Job fair 같은 리쿠르팅이 열리기도 하고요. 많은 학생이 경력개발원을 통해 아르바이트부터 취업까지, 구직 정보를 얻곤 합니다.
- 이준섭(21세, 조지아텍 화학공학과)
‘스펙’의 중요성, 어디까지인가?
한국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압박감을 느껴봤을 단어, ‘스펙’. 미국 대학생들도 ‘스펙’의 압박감을 느낄까? 대답은 ‘Yes’였다.
중요합니다. 스펙이라는 단어만 없을 뿐, 미국 대학생들도 경력 관리에 엄청나게 신경 씁니다. 한국처럼 토익이나 토플 등의 어학 성적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인턴이나 공모전 등의 특이한 경력은 필수인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지금 <STEVE MEDEN> 이라는 브랜드에서 인턴을 하고 있습니다.
- 강기향(21세, FIT 패션디자인 전공)
미국 대학생의 사정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어학 성적을 제외한 ‘스펙’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었다. 특히 ‘인턴’은 중요한 스펙 중 하나였다.

미국에서 취직하려면 기본적으로 인턴을 해야 합니다. 저 학년 때부터 꾸준히 인턴을 해서 관련 분야의 인맥을 쌓고, 산업적인 이해를 키워야 해요. 거의 대부분 기업들이 인턴을 통해서 검증된 학생을 정직원으로 채용하고요. 미국 대학생에게 인턴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거죠.
- 강민경(23세, Pratt 인테리어디자인 전공)
또한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모두 입을 모아 ‘교수와의 관계’가 구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계통은 대부분 실제 업계에서 활동하는 유력 인사를 교수로 기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교수와의 관계를 잘 쌓은 우수 실력자가 단연 업계로 진출하기 용이한 것은 불 보듯 뻔한 현실. 실력 중심의 ‘인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미국 대학생의 가장 강력한 ‘스펙’이었다.

전 아는 분의 소개로 LG하우시스를 알게 되었어요. 인턴을 거쳐 실력을 인정받은 후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직할 수 있게 되었죠. 미국이 기본적으로 상시 채용이나 특별 채용으로 사람을 뽑기 때문에, 인맥은 구직에 매우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스티브 심(24세, LG 하우시스 애틀랜타 법인)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미국 사회에서 ‘인맥’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취직에서만큼은 ‘인맥’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반드시 쌓아야만 하는 필수적인 ‘스펙’이었다.
전 세계적인 경제난 속에서 ‘취직’은 무겁고 힘겨운 짐 같은 키워드가 되어 있었다. 힘겹게 경력을 쌓아가고, 하루하루 살얼음판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한국 대학생은 본질적으로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렇듯 살벌한 상황임에도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또박또박 삶의 목표를 말하며, 의견을 개진하는 그들의 반짝거리는 눈빛엔, 의미 없이 다수에 편승하는 안일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는 자들의 ‘확신’이 가득했을 따름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희망’이란 이름의 꿈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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