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한 표정에, 세련된 복장을 한 중년의 신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LG하우시스 미국 법인장 홍석승이었다. 북미 시장에서 신생 기업이었던 LG하우시스를 업계 최고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장본인답게 그는 분명히 패기만만한 모습일 거라 상상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겨갔다. 평화가 깃든 듯한 그의 맑은 눈빛은 치열하게 달려온 기업의 대표라기보다 산천 선승禪僧 에 가까웠다.
사진 _ 엄정식/제17기 학생 기자(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이윤애/제17기 학생 기자(서강대학교 사학과)

오롯이 나 자신을 들여다본 20대의 관조
LG하우시스는 진입 장벽이 높은 미국의 건축 및 인테리어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빠른 성장을 이뤄낸 기업 수장의 20대는 도전 의식과 열정의 뜨거운 냄새로 욱신거릴 거라고 생각했다. 아뿔싸, 속단이었다. LG하우시스 법인장 홍석승의 20대는 한마디로 관조와 사색의 시간이었다.
홍석승의 젊음은, ‘열등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차곡차곡 밟아온 친척들과 형제들의 틈바구니에서, ‘범인(凡人)’ 홍석승은 뒤처지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전형적인 ‘엄친아’인 형과 동생 사이에서 저는 문제아 같은 자식이었습니다.
학업적으로든 사회적인 성취에서든 항상 우수했던 형과 동생을 바라보며, 젊은 홍석승은 언제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가장 패기만만해야 할 20대, 좌절감을 경험한 그는 한없이 자신에게 파고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왜 살아가는가?’와 같은 형이상학적 질문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그는 조금씩 내면에 뿌리내려갔다. 이 가운데 값진 가치를 발견한 그는 20대에게 진지하게 자신을 들여다볼 것을 권했다.
20대 때 스스로 한없이 질문하고, 나름의 대답을 구하세요. 이 과정이 결국 후에 어떤 고난에 부딪혔을 때, 상황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게 해줍니다.
한없이 외롭고, 절망적이기까지 한 열등과 속박의 시간은 결국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계기가 된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치열한 독서를 병행한 고민은 선행되어야 한다.
인생에 여유의 물길을 내주어라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자라난 홍석승 법인장은 ‘삶’과 ‘자신’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던 20대에 진지하게 불교에 귀의할 것을 고민했다. 결국 집안의 반대와 현실적인 요구에 부딪혀 기업인으로서의 삶을 택하게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불교적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다. 한없이 고민하고 방황하던 가운데 욕심을 놓아버리는 방법과 한 발짝 물러서는 방법을 깨우치면서.
덕분에 그의 20대를 향한 메시지는 인생의 치열한 현재에 온 신경을 쏟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는 여유다. 역사가 그렇듯 인생은 한 순간의 선택만으로 잘잘못을 가릴 수 없으며, 이 때문에 흐르는 물을 바라보듯 여유로운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에 직면했을 당시에는 온 신경이 그에 쏠리기 마련입니다. 이때, 상황에 매몰되지 않아야 합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고 있기만 하다면, 어떤 일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저 내 마음이 원하는 방향을 찾아, 물 흐르듯이 흘러가게 두면 되지요.

선택의 기로에서, 떳떳한 자신을 찾아라
그에게는 롤 모델이 없다. 일견 반짝거리는 모습의 사람일지라도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며, 이 때문에 인간의 삶이 보편적이란 것을 믿기 때문이다. 남들이 롤 모델이나 청사진에 따라 인생을 개척할 때, 그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집중했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홍석승 법인장은 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과감히 몸을 움직였다.

승진을 위해 이뤄지는 정치적인 처세 대신, 그는 스스로 자유로운 길을 택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록의 40대가 되어서도, 그는 동기들이 승진의 탄탄대로를 달릴 때 번번이 미끄러지는 경험도 했다. 당시 40대의 나이로 미국의 대통령이 된 빌 클린턴을 보며 질투를 느끼기도 했고, 성취를 지향하기보다 자신의 신념을 택한 삶을 회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년을 앞둔 지금, 그는 오로지 자신의 자유를 위해 살아왔음을 후회하지 않는다.
출세를 위한 빠른 길을 모색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 겁니다. 그러나 언제나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살아왔기 때문에, 제 선택을 전적으로 믿는 것이지요.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유’다. 타율적일 수밖에 없는 기업인으로서의 삶에서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그는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곧 자유로울 수 있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첫인상의 부드러운 중년 신사가 단단한 수석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에서 깎이고 닦여 어느덧 단단한 무게중심을 간직하게 된 홍석승 법인장. 그런 그에게선 한없이 청량한 여유와 한없이 진중한 고민의 무게가 동시에 느껴진다. 아마도 그가 야생 같은 미국 시장에서 꿋꿋이 거대한 LG하우시스를 이끌어나갈 수 있었던 건, 이 두 가지 무게의 균형감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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