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란 아주 희소하거나 현실 가능성이 없을 때 쓰인다. 뇌사 판정을 받고 몇 년 동안 누워 있던 환자가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뜬다거나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이 올 때 우리가 떠올리는 단어인 것. 그렇다면 60억 인구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어떤가. 그 어떤 일보다도 기적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영혼과 사랑에 빠진 간호사
뮤지컬 <미라클>은 우주적 이벤트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언뜻 보면 한 병원에서 일어나는 환자와 간호사의 삼류 사랑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보통의 사랑 이야기와는 다르다. 주인공인 희동은 한때는 잘 나가던 가수였지만 현재는 식물인간이 되어 몸을 움직이지도, 눈을 뜨지도 못한 채 링거로 겨우 목숨을 부지해 가는 환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희동을 돌보는 간호사가 하늬다. 희동의 육체는 비록 깨지 못한 채 늘 잠들어 있지만, 그의 영혼만큼은 병실을 맴돈다. 하늬를 좋아하는 희동은 어떻게 하면 하늬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옆방의 자신과 같은 처지인 길동을 만나게 된다. 길동은 식물인간이 된지 4년이 넘은 영혼이기 때문에 물건을 집을 수가 있다. 그런 길동의 도움으로 희동은 하늬와 있었던 이야기를 증거로 내세우며 자신의 존재를 믿어달라고 러브레터를 쓴다.
이후 희동의 영혼을 믿지 않던 하늬는 희동의 말을 믿게 되고, 곧 그녀의 눈에도 희동의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애초부터 그들의 사랑은 불가능한 사랑이었다. 옆방의 환자이자 그들 사랑의 메신저였던 길동이 산소 호흡기를 떼면서 죽게 되고, 곧 희동도 뇌사 판정을 받고 산소 호흡기를 뗀다. 산소 호흡기를 뗀다는 건 식물인간에게 죽음을 의미했다. 희동이 죽지 않도록 노력했던 하늬도 결국은 희동과 이별하게 된다.
사랑, 생명윤리, 휴머니즘을 아우르는 뮤지컬
이야기의 굵직한 흐름은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후반부로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 뮤지컬은 단순히 사랑 이야기만을 하기 위한 뮤지컬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것은 안락사라고 하는, 언제나 생명 윤리 문제의 중심에서 이슈가 되는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뮤지컬은 가볍지만은 않은 묵직함을 갖게 된다.
우리는 뮤지컬 <미라클>을 보면서 영혼은 살아 있지만 육체는 죽어 있는 환자의 심정과,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 그들의 목숨을 지키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의 기로에 서야 하는 의사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된다. 그럼에도, 이 뮤지컬이 무겁지 않고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은 본질적인 이야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작은 사건의 장치가 무척 코믹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능글맞은데다 변태기질까지 있는 희동의 담당 의사부터 그런 의사를 좋아하는 ‘미저리’ 간호사는 연방 극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또한 뮤지컬이라면 음악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터 <미라클>의 음악은 대체로 경쾌하고 흥겨운 데다가 배우들은 작은 소극장을 그 음악에 맞춰 익살맞은 몸짓으로 꽉꽉 채워준다. 그러다 중간에 나오는 주인공의 아리아는 잔잔하면서도 진중한 맛을 낸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음껏 웃으며 뮤지컬을 보다가도 호소력 짙은 아리아를 들으면 곧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애잔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 이렇듯 유쾌함과 애잔함이 오가기 때문에 뮤지컬 <미라클>은 보는 이의 심장을 느슨하게 풀었다 조였다 하며 시큰한 감동을 준다.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을 듯한 이 이야기는 특별해 보이지만 사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희동의 말처럼 기적이란 자신이 식물인간의 상태에서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하늬라는 간호사를 만나 자신이 사랑에 빠진 것, 이하늬란 간호사가 식물인간인 희동을 만나 사랑에 빠진 것 자체가 기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난 바로 그 순간이 그들에게는 기적이 일어났던 셈이다.
우리의 삶과 인연도 다 그렇다. 소중한 인연을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 그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 아닌가. 이것이 바로 뮤지컬 <미라클>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다. 우리는 무수한 기적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 이는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와 봐도 좋다. 당신이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인연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이야기니까.
Event
기적으로부터 파생된 감동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뮤지컬 <미라클>. 일상의 신비에 대해 조심스레 노크하는 event와 함께 합니다.
<미라클> 리뷰 기사에 대한 감상과 “당신에게 일어난 최고의 기적에 관한 기억”에 대한 속 이야기를 아래 댓글로 달아주세요. 자세한 사항은 이곳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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